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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여행이야기

제주 밤바다

계획하지 않았던 제주의 밤바다와 마주했다.
장마가 이어진다는 일기예보와는 달리 쾌청한 날씨가 이어지더니 드디어 참았던 하늘이 저녁무렵 비를 흩뿌리기 시작했다.


신흥포구의 정자에서 잠시 깃들었던 일거리를 접고 서둘러 숙소에 돌아와 이리 저리 뒹굴다가 저녁때를 놓쳤다가 저녁 요기를 하기 위해 길을 나섰다가 마주쳤다.
신흥포구에서 함덕까지 택시를 타고 갈 요량으로 카카오택시로 호출했으나 늦은 저녁의 한적한 제주 시골에 응답하는 택시는 없었다.

함덕까지 걸어서 가기로 마음먹고 길을 나섰다. 걷지 않은 생활에 익숙해져서 그런거지 실상 걸어보면 그렇게 먼 거리도 긴 시간도 걸리지 않는다.
어느새 흩뿌리던 빗줄기도 하늘이 걷어가고 제주의 밤바다엔 고깃배의 집어등이 수평선 가득 일자로 밤을 밝히고 있었다.

저녁9시의 늦은 밤이라, 도로에는 가끔씩 차가 지나갈 뿐 고즈넉한 해변도로다. 저녁9시면 도시에서는 그리 늦은 시간도 아니건만 어둠이 내려 앉은 시골 제주는 주변이 고요함으로 내려 앉아 있다.

20분쯤 걸어 함덕에 도착해 마음씨 좋은 음악을 하신다는 주인이 운영하는 해소랑에 들러 막걸리 한 병과 두루치기백반으로 요기를 한 후 다시 같은 길을 되돌아 왔다.
해변가엔 군데 군데 여즉 낚시를 하는 분들이 계셔서 그 길도 외롭지 않는 즐거운 산책길이었다.
한 손엔 다 먹지 못한 두루치기와 다시 가득 밑반찬을 챙겨주신 해소랑의 정을 들고 고요히 달빛내린 함덕과 신흥 해변길을 마실 구경하듯 거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