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가 변하고 규모는 작아졌지만 아직도 5일장은 깊은 산골 청송에서 이어지고 있다.

유난히 긴 장마는 몇 주째 비를 뿌려 청송군청 소재지를 휘감아 흐르는 용전천은 흙탕물로 가득차 흐르고 있다.

청송은 깨끗한 공기와 주요 농산물인 사과를 지역의 대표로 내세우며 홍보하고 있다. 곳곳에 사과를 형상화한 조형물과 디자인으로 청송은 사과의 고장임을 말해주고 있다.



청송5일장은 이 다리를 건너면 아주 작은 규모로 위치하고 있다. 현대식으로 말끔하게 정비되어 있지만 5분내에 모두 둘러볼 수 있을 정도로 작다.



물론 추수기에는 시장도 커지고 찾는 사람도 많아 시끌벅적하겠지만 아직 수확기보다는 곡식이 여물어 가는 시기이고 내내 이어진 장마로 날씨 또한 궂어 시장을 이루는 장사치나 구경꾼도 별로 없는 어쩌면 너무나 한적한 장날이다.

산골이라 쉬이 보기 어려운 바다 생선을 펼쳐놓은 어물전에 지나는 손님을 기다리면서 꾸벅 꾸벅 조는 아주머니의 긴 기다림 시간이 느껴진다.


마늘이 제철인지 구수한 사투리로 호객을 하는 아저씨가 매우 재미있어 한참 곁을 떠나지 않고 손님과 밀당하는 것을 구경하였다.
시장구경이 이런 맛, 손님의 언변도 결코 아저씨한테 밀리지 않는다.


시골이라 스스로 경작한 채소며 과일을 먹을 것 같지만 모든 채소며 과일을 자경할 수는 없는 노릇, 이렇게 시장에 나와서 다른 사람이 경작한 야채류를 마련하는것도 시골장이 존재하는 이유리라. 감자와 마늘, 오이가 철이다.

먹거리뿐만 아니라 농사지을 때 필요한 여러가지 농기구와 연장으로 전을 펼친곳도 있고


옷이나 신발도 손님을 기다리고 있어 작지만 없는것이 없는 청송장이다.


절대 시장을 둘러본다고 해서 다리가 아프거나 하지는 않을 정도의 소규모지만 이런 쉼터는 시골의 나이드신 어른들을 생각하면 꼭 필요하다.
넓은 쉼터는 아니지만 칠팔순이 넘은 어르신들이 바람 쐴 겸 나선 장날 나들이에서 같은 마을 사람이 아닌 떨어진 동네 지인을 만나 안부도 묻고 아픈 다리도 쉬어갈 수 있는 소중한 터다.

시장옆 골목까지 빽빽하게 차가 들어서고 사람들이 지나가기 어려울 정도가 되어야 장날의 시끌벅적함이 있을터인데 아마도 가을걷이가 시작되어야 그런 풍경을 마주할 것 같다.

그렇지만 시장안에 자리 잡지 못한 현대판 장돌뱅이 생선차 앞에는 여러 손님과 흥정하는 젊은 사장이 꽤나 흥미롭다.





점심을 먹으러 가는길에 청송의 골목을 이어보았다. 청송 사투리로 돌찌, 돌나물이 골목 지나 둔덕에 가득 있는데 도시에서는 귀한 자연산 돌나물이 여기에서는 시장에도 오르지 못하는 신세다.


점심은 청송의 숨어 있는 맛집, 콩국수를 할 것 같지 않는 식당에 콩국수를 먹으러 갔다. 산소카페 청송이라는 슬로건을 벽면 가득히 모자이크로 채운 청송군청 앞 좁은 골목길에 있는 식당이다.

식당이름이 석백인데 고기구이 집이다. 이름이 석백이라니..식당이름으로는 뭔가 아닌듯한 데 처음부터 석백이라는 이름으로 식당을 시작한것인지 다른 업종이던걸 인수해서 이름을 그대로 쓰는것인지 모호하지만 별걸 다 궁금해한다.


분명히 불고기식당인데 차려진 콩국수는 그 맛이 일품이다.
어디에 내 놓아도 콩국수 하나로 문전성시를 이룰 것 같은 맛에 차림 또한 정갈하다.
여분의 국수 사리를 덤으로 주어 무엇 하나 버릴 것 없는 깔끔한 서비스에 감탄하며 청송장을 빠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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