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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여행이야기

양양, 속초, 고성과 군대

속초는 나에게 있어 애증이 교차하는 도시며 추억이 서린 장소다.

저 멀리 설악산의 줄기가 내려 앉은 산 아래에 둥지를 튼 저곳이 내가 3년을 보냈던 곳이다.

길은 비포장도로에서 아스팔트로 말끔히 바뀌었지만 건물은 그 자리에 그대로 바뀜이 없이 지키고 있어 추억이 방울 방울 돋는다.



아름답기로 이름난 양양의 하조대는 이제서야 제대로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나는 이 하조대에 유격훈련을 왔었었다.


하조대의 비경은 바다와 어우러진 깍아지른 절벽과 기암괴석 그리고 바위의 사이사이에 뿌리 내린 소나무들의 절묘한 조화에서 감탄을 자아낸다.
유격 훈련을 받을 때는
이런 풍경이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방독면을 쓰고 화생방훈련을 하고 눈물 콧물 뒤범벅ㅇㄱ 되어 천지분간을 하기도 어려운데
풍경이라니 언감생심이다.
왜!
왜!

이런곳에 유격훈련장을 만들어놓았느냐!


차마 이 글에서 밝힐 수는 없지만 저 논을 돌아 들어가면 있는 부대와 싸우기도 많이 했었다.


속초 미시령 울산바위쪽에서 학사평을 지나 고성 도원리로 가는길에는 전쟁중 탱크가 남하하는 걸 저지하기 위해 길 양옆에 콘크리트로 저지구조물을 만들어 놓았다. 구조물 아래쪽을 폭파하면 길 양쪽에 있던 구조물이 길을 막아 어느 정도 시간을 지연 시켜 주는 것이다. 약 2달간 야영생활을 하며 매일 콘크리트를 비비고 형틀을 만들었었다.

신병교육은 고성군 토성면 아야진리 22사단 신병교육대에서 받았었다.
올해초 도원저수지 근처 민가에서 불이 붙어 양간지풍을 타고 크게 번졌던 곳으로 다행이 많이 피해를 입지 않았다.

하지만 군데 군데 새까맣게 타고 그을린 나무들을 만나면 너무나 안타깝다.


고성의 도원저수지를 들어가는 초입에 무릉도원공원이 있다. 예전에 마을회관으로도 사용하고 카페로도 사용했다고 하는데 지금은 폐쇄되어 있다.
이 좋은 콘텐츠를 이렇게 방치한다는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렇다.
나는 지금은 없어진 양양의
68사단 53연대 2대대에 근무했었다.
22사단 신병교육대에서 신병교육을 마치고
다른 사람들은 트럭을 타고
북으로 휴전선과 동해 철책선을 지키러 갈 때
버스를 타고 남으로 내려오는게 그렇게 좋았었고

3년을 지내야할 자대에 가기위해

저 길을 걸어 올라갈 때 앞으로 어떤 일이 닥칠 지 몰라
두려움과 기대가 감정범벅이 되어었다.

그렇게 3년을 양양, 속초 그리고 고성을 오가며 보냈다.